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혼자사는 저에게 이 새벽에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어려서부터 저희집은 반찬으로 생선을 많이 먹었습니다. 갈치부터해서 조기에 고등어까지 말이죠. 어머니는 그날도 역시 고등어 한손을 집에 가지고 오셨습니다. 저는 그게 당연히 생선일껄 알고 어머니에게
"엄마! 또 생선이야? 왜 우리집은 생선만 먹어야해? 나도 다른 집 애들처럼 고기 먹고 싶단 말이야!!"
그러자 어머니는 "미안.. 엄마가 나중에 꼭 고기 사줄게! 오늘은 이거 먹자.."라면서
저의 손을 잡으셨지만 저는 그런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고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결국 저녁시간이 되었고 저는 반찬으로 올려진 고등어는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김치에만 밥을 먹었습니다.일종의 투쟁이랄까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께서는 안쓰러웠는지 계속 젓가락으로 고등어를 저의 수저에 얹어주었지만 그럴때마다 저는 다시 그 고등어를 제자리에 갖다놓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매일매일 어머니가 생선을 가지고 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그때 당시 저희 아버지는 저희와 떨어져서 지방에서 일을 하고 계셨고 어머니는 저희 가족 모르게 식당일을 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전 그때 당시 중학생이라서 집안 사정이 그렇게 안 좋은줄은 몰랐었고 저는 어머니가 생선이 몸에 좋기 때문에 매일매일 사가지고 오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저는 남몰래 방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계속 울었습니다.
고등어를 먹지도 않고 김치만 먹던 저를 보면서 저희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생각하니 쉽게 울음이 그치지 않더군요. 그날 이후로 어머니가 생선을 가져올때마다 저는 아무말도 안하고 어머니께서 해준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먹을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먹었던 것중에서 기억에 남는게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제가 고등어요리 중에서 2번째로 좋아하는 고등어구이입니다. 특히 어머니가 해주던 고등어구이는 그냥 고등어구이가 아니라 고등어에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양념장을 같이 곁들어서 먹었기 때문에 맛이 더 좋았고 현재 혼자 사는 저에게는 가끔씩 꼭 먹고싶은 것 주에 하나랍니다.
어떤날은 고등어구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어머니가 했던대로 따라서 양념장도 만들어보고 고등어도 사다가 요리해서 먹어보았지만 어머니가 직접 해주시던 그 맛은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그리고 이건 제가 고등어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고등어무조림입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구이보다는 조림을 더 좋아할꺼라 생각하는데요 특히 저는 고등어도 고등어지만 입에서 아삭아삭 살살 녹는 무를 참 좋아합니다.
고등어조림에 무가 빠진다면 그건 '앙꼬없는 찐빵'이겠죠?
밥 위에 고등어와 무를 같이 얹어서 먹는 그맛이란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니까요 ㅎㅎ
어제 오랜만에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자주 못드렸는데 전화 받으시면서 처음 하시는 말씀이.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잘 챙겨먹고 다녀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혼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잘 챙겨먹지 못하지만 어머니 걱정하실까봐.
"네 항상 잘 먹고 다녀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다음에 집에 내려가면 고등어조림 꼭 해주세요"라구요..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알았다면서 웃으셨습니다.
항상 자식을 걱정하는 우리의 어머니들..
어머니! 아무것도 모르고 투정만 부리던 저를 항상 걱정하고 아껴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해주던 고등어조림 평생 잊지 않을게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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